내가 초라할 때

요즘은 식구들과 관계 회복 중이라 커다란 잡음 없이 잘 생활하는 중이다.
잡음이라고 하는 게 아이러니하고 웃기지만 나한테 있어 잡음이 없다는 건 엄청난 진전이기에 곧 40대인 내게 이제야 제대로 된 화목함을 느끼는 기분이다. 가족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던 세월이라 느꼈던 거면 얼마나 불행한 거야. 남들이 들으면 ‘쟤는 왜 이렇게 불행해?’ 하고 느낄 정도로 불행한 서사를 지녔으니까.

그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이제서야 ‘나’로 인정받는 중이라고는 했지만 오늘은 유독 초라하게 느껴졌다.

분명 나는 지금 나를 찾아가는 중이라 아무것도 없는 게 맞는데, 이렇다 할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거의 쫓겨나듯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오늘은 초라하게 느껴졌었다. 나는 내가 전혀 부끄럽지 않고, 안쓰럽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오시는 분들 때문에 초라하게 느끼고 도망가듯 나와야 한다니.

남이 들으면 ‘굳이 왜? 그냥 있으면 되잖아’ 라고 생각할 텐데(어지간하면 안 나가든가, 나가도 간단하게 챙겨서 나간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뭘 하고 있는 사람이다’ 라는 걸 보여줘야 하는 관계로 무겁게 챙겨서 나갔었다. 노트북 몇 분 안 쓸 거였으면 그냥 나갈걸. 오래 있을 줄 알고 혹시 몰라 챙겨 나갔던 거였는데 영화 보는 것 때문에 결국 많이 쓰지 않았네.

별 것도 아닌데 왜 초라하게 느끼는 거지? 라고 물어볼 수도 있을 거다.
그래도 내가 너무 초라하고 안쓰러운 걸 어떡해.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데.
이걸 전업으로 삼으려고 이제야 각성하고 공격적으로 하고 있는데 단기간에 보상이 돌아오는 게 없는 걸 어쩌라고.

보상은 노력하면 따라오는 거라지만 노력 없이 얻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누가 최소한의 삶은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면 안 되나.
최소한 내가 벌여놓고 기다리고 있는 지금의 것들이 안정화될 때까지만이라도 도와준다면 참 좋을 텐데.

고민만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지만 혼자 해결이 되는 건 아니니 신세한탄 식으로 해 본다.
그래도 오늘 문화생활하고 나서 기분 전환은 됐을 테니 내일부터 다시 어떻게든 계획을 세우고 해 보자.

기죽지 마라. 너 아직 이렇게 무너질 것 없어.
아직 아무것도 안 이루어졌으니까 일단 효과가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그때 다시 계획 세워.

불협화음은 이제 조율하고 있고, 아직 다른 건 안 이루어졌으니 조급해하지 말자.
결국은 이루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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