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썼던 글은 여기) http://jaylog.kr/?p=19
개인파산 시작한다고 동네방네 설친 게 엊그제같은데(물론 정말 다 알 정도로 동네방네 설친 건 아니지만) 한창 열심히 설치고 난 뒤 예납금도 내고 나서 시간이 걸린다고 해 얼마동안은 잊고 있다 보니 벌써 파산선고 기일이 다가왔다. 엄마가 진행 상황 업데이트 안 됐는지 확인해 보라고 안 했으면 어떡할 뻔했대.
개인파산 준비하고 제출하고, 또 보정 한 번 거치고 나니 파산관재인 선임 비용 내라는 것까지 한 달 반의 시간이 걸렸었는데 그 이후에 한 달 정도 지나고 나서야 선고 기일이 잡혔다는 사실에 이건 신기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얼떨떨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셀프 파산 준비하는 것도 남들은 경험하기 힘든 것들인데 나는 이걸 하면서 얼마나 더 피가 말라야 끝나는 걸까. 파산만 하는 거면 모를까, 면책까지 함께 진행해야 하는 거라 일단 파산이 다 완료되어야 하는 건데 점점 가면 갈 수록 지친다. 가뜩이나 최근에 하나 반려 맞은 것도 짜증 나 죽겠는데.
AI 시대랍시고 개인파산 준비도 변호사 도움 안 받고 혼자 했다는 것 자체가 돌이켜 보면 대단한 일이 될 것 같긴 하다.
하긴. 내 상황이 남들과 같이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혼자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긴 하다.
일반적인 케이스였다면 좀 더 준비하기 쉬웠을 테고, 무료 상담으로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을 테고, 그랬다면 혼자 준비하더라도 전혀 어렵지 않다고 느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기일이 잡혔다고 하니 크고 험한 산은 깔딱고개를 넘어가는 중인 거겠지.
돈을 벌고 있었다면 개인회생으로 갔을 수도 있을 거다. 분명 그랬겠지.
개인회생은 한 번에 내는 돈이 많기는 하지만 갚는 기간이 짧기도 하고, 갚아나가는 동안에는 신용상의 불이익은 있지만 다 갚고 나면 조건부 제약 없이 자유의 몸이 되니까. 그런 큰 일이 없었다면 파산 대신 회생을 선택해 여차저차 잘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줬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나만의 길을 간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지. 하지만 파산과 면책은 또 다른 의미니까. 사람마다 다르다는 파산과 면책 기간이니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거고, 내 경우엔 다 될지 아닐지 장담이 안 되는 케이스이니 더더욱 확신이 안 선다. 이렇게까지 확신이 없었던 적이 없었는데.
언제쯤이나 끊을 수 있을까, 이 지독한 족쇄.
이걸 끊어야 앞으로 나가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 집에서 오랫동안 나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 텐데 더 못 나가고 있으면 세상이랑 영원히 단절 당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올해는 안 나가면(혹은 바깥 사람들과 교류를 영원히 안 한다면) 앞자리가 바뀌는 일이 생겨버리는데.
그래도 하반기에는 풀린다고 점 봐 주시는 분이 말해 주셨으니 올해 안에는 뭐든 다시 들어오겠지.
그 결과가 9월쯤이면 윤곽이 잡힌다는 의미라면 조금 이야기가 많이 달라지겠지만 속는 셈치고 보는 점이 잘 맞는 거라면 어찌저찌 잘 맞는 게 아닐까.
이 결과가 나오는 동안엔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하며 부족한 게 있다면 채워나가고, 완성해 나가는 나날들을 보낸다면 의미가 아예 없는 순간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예 가망이 없는 순간은 아니겠지. 제발 그러길.
날씨가 지독스럽게 좋다.
이게 내 마음의 날씨와도 같은 날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