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질병인 뇌전증을 위로하며

※ 본 글은 개인 브런치에도 연재했었으며, 이를 일부 인용하였음.

흔히 간질이라 부르는 이 질환에 대하여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뇌전증으로 바꿔 부르게 된 건 꽤 오래된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 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간질을 뇌전증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솔직히 다 나아지진 않을 텐데 이렇게 부른다고 해서 나아지는 중인 걸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햇수로 18년차. 이 지긋지긋한 난치병인 뇌전증 환우 생활을 한 세월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8년이니 조금 있으면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인 셈이다.

강산이 바뀌는 동안 뭘 했느냐고 묻는다면 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약 잘 먹고, 병원 잘 간 것 밖에는.
나는 깡이 존재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뇌전증 환우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어떠한 운동을 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주어진 운명에 순응했을 뿐이고, 스스로 뇌전증 환우라는 생각을 애써 떨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숨길 때도 있었고, 뇌전증 환우라는 이유로 인해 언제 발작할지 몰라 전전긍긍해할 때도 있긴 했지만 이 또한 운명이라 받아들이려고 했으니.

여전히 안고 살아야 한다면 익숙하게 밝힐 줄도 알아야 하는데 아직 내게 그게 쉬운 편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딱히 아프지 않긴 하지만 여전히 나는 환자인가? 하고 의문을 가지고 있으니까.
뇌전증이라는 건 왜 내게 찾아와서 이다지도 고통스러워야 하는 건지도 가끔 현타가 오기도 하니까.

그래도 뭐, 사람은 다 살고 있으니 뇌전증 환우라고 해서 굳이 기죽거나 그러진 않는다.
어차피 지금도 잘 다독이며 살고 있고, 다른 것들이 너무 힘들어 내가 뇌전증 환우라는 사실은 요즘 잘 망각하고 사니까.
약 먹는 것도 귀찮아서 드문드문 먹는데 이 정도면 뇌전증 환우 아니고 그냥 난치병 환자 아닐까 나?

나는 일반인이기에 뇌전증에 대한 거창한 정보는 없다.
더불어 발병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고 하니 대단한 걸 쓴다기 보다 겪으면서 있었던 것들, 사소한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싶다.

세상 모든 뇌전증 환우들이 힘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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